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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끔 일기

[+40일쯤] 전쟁같은 모유수유

by 뽀시래기와 두부 2021. 1. 1.

누군가가 모유수유가 출산보다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초산에 유도분만이라니,

실패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ㅋㅋ 게임에서 역시 실패하고,

제왕절개로 분만을 하였는데

마취제를 투여하고 눈을 뜨니 

배에 남아있는 것은 뱃가죽의 절개선뿐, 아이는 이미 세상에 나와있더라

전문가의 익숙한 손길로 아기는 내가 잠든 사이(-_-)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게임 끝 

 

반면 모유수유는

언제나 멀쩡한 정신에 

가슴이 뜯겨져나가는 고통을

하루에 몇번씩, 몇개월간 겪는 것 같다.

거기에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이 아이는 제대로 먹고 있는것인지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은 덤.

 

게다가 모유수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을 너도 나도 하니

이런저런 이유로 모유수유를 포기하면

마치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스스로 포기하는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진다

 


 

물론 젖병을 씻지 않아도 되고

분유 온도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아기가 울면 손만 씻고 얼른 젖을 물려 배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은

신속성을 요하는 '우는 아이 밥먹이기'에서 굉장히 큰 강점이긴 하지만

 

2~3시간씩 돌아오는 수유텀마다 30분마다 구부정한 부동 자세로,

상처난 젖을 물리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유두의 상처가 심할 때에는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고

다리를 가만히 둘 수가 없어 동동거리면서 수유를 하곤 했다

그렇게 고통 속에서 억겁의 시간같이 흐르던 30분..

 


 

하지만 진부한 노래 가사처럼

결국 상처는 단단하게 아물어

이제는 그렇게 타는듯한 고통은 없다

 

그렇게 젖양이 적다고 타박을 들었던 나도

피나는, 정말 말그대로 피나는 노력 덕분인지

이제 아이를 그나마 배부르게 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다.

 

요즘 같아서는 원래 목표했던 100일을 넘어서

6개월까지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 되니, 이건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어쩌구저쩌구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과의 싸움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완모'한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자부심일지도 모르겠다.